- ‘가곡의 탄생' 북콘서트에 명품가곡 창작자들 대거 참석
▲ 작곡가 한돌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 는 가곡 음악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한돌의 작품 '독도의 사랑'과 '꿈언덕'이 연주 됐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꿈언덕' '독도의 사랑'의 한돌, '여름 보름밤의 서신' '위로'의 이안삼, '내 영혼 바람되어'의 김효근 등 지금도
왕성한 활동으로 아름다운 가곡을 만들고 있는 레전드 작곡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디 이들 뿐인가. 서정적인 노랫말을 지어 우리 마음에 힐링을 선사하고 있는 '여름 보름밤의 서신'의 한상완,
'가을 들녘에 서서' '그런거야 사랑은'의 최숙영, '위로' '나팔꽃'의 고옥주, '우리의 사랑' '연리지 사랑'의 서영순,
'어느날 내게 사랑이'의 김정주, '물한리 만추'의 황여정 시인 등도 자리를 빛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와 작사가를 이처럼 한 콘서트홀에 모이게 한 주인공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다. '해가음'은 2015년 3월부터 매 홀수 달에 한차례씩
열리고 있는 스페셜 음악회다. 전례 없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깊이 있는 해설과 노래로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날 열린 해가음이 더 특별한 이유는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이 최근에 펴낸 두번째 가곡 에세이집
'가곡의 탄생' 속에서 다루고 있는 노래를 뽑아 연주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온 책을 축하하는 북 콘서트도 겸하고
있으니, 명품가곡 창작자들로 기꺼이 총출동했다.
▲ 작곡가 한돌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 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돌은 대중가요 ‘홀로 아리랑’과 가곡 ‘꿈언덕’ ‘독도의 사랑’을 만들었다. /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
우선 작사·작곡가며 가수로도 활동하는 한돌이 눈에 띄었다. 노래 캐는 심마니 답게 역시 트레이드마크가 된
'인디애나 존스 모자'(한돌은 누군가 이 모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냥 이렇게 대답한다)를 쓰고 나타났다.
한돌은 '홀로아리랑' '개똥벌레' '유리벽' '터' 등 유명 대중가요를 만들어 이름을 떨쳤지만, '독도의 사랑' '꿈언덕'
같은 멋진 가곡을 작곡한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바리톤 이정식이 '홀로아리랑'의 후편격인 '독도의 사랑'
을 불렀고, 소프라노 김은정이 '꿈언덕'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관객들은 자주 듣지 못했던 곡이라 더 참신
하게 느껴졌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 작곡가 이안삼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테너 이재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음악회에서 이안삼 작곡가의 '여름 보름밤의 서신'과 '위로' 가 연주됐다. 왼쪽부터 테너 이재욱, 이안삼 작곡가, 김정주 아리수 가곡카페 대표, 소프라노 정선화.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작곡가 이안삼에게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943년 생이니 올해로 만 74세다. 제1회 해가음부터 음악감독을
맡아 성악가와 반주자의 출연을 섭외하는 등 열성적이다. 작품 활동은 더 놀랍다. 최근에 발표하는 노래 모두가
그의 대표작인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에 버금가는 명곡들일만큼 창작에도 멈춤이 없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은 적극적인 SNS 소통이다. 어느 음악회든 그는 맨 앞자리에 앉아 삼각대에 핸드폰을
고정시켜 놓고 콘서트가 시작되기전 라이브 방송을 한다. 20대, 30대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흰머리 휘날리며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작곡가 김효근(왼쪽)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이안삼 작곡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음악회에서 김효근 작곡가의 '내 영혼 바람되어'를 소프라노 정혜숙이 불렀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작곡가 김효근(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이 '내 영혼 바람되어'를 만들었을 때 정작 고심한 것은 가사였다.
이 노래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구전시 '천개의 바람'을 직접 번역한 것인데, 첫부분 '그곳에서 울지 마오'를
쓰는 데 무려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이 곡이 최근 추모곡으로 널리 사랑받게 된것은 슬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노랫말 하나에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그의 수고도 한몫한 셈이다. 소프라노 정혜숙이 '내 영혼 바람되어'를
연주해 뭉클함을 전달했다.
▲ '고향의 노래' '내맘의 강물'을 작곡한 이수인 선생의 부인 김복임 여사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 참석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소프라노 정선화가 부른 '고향의 노래'와 테너 이정원이 연주한 '내맘의 강물'을 작곡한 이수인 선생은 몸이 조금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수필가인 부인 김복임 여사가 끝까지 자리를 함께해 아쉬움을 달랬다.
▲ 한상완(왼쪽) 시인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최숙영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상완 시인은 이날 소프라노 진유정이 부른 '여름 보름밤의 서신'을 작사했다. 최숙영 시인은 이안삼 작곡가가 만든 '가을 들녘에 서서' '그런 거야 사랑은' 등의 노랫말을 썼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언어의 마술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연세대 부총장을 지낸 한상완 시인은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과 각별한 사
이다. 선생이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 10여년간 가까이에서 모시며 큰 사랑를 받았다. 그런 까닭에 늦깎이 시인으
로서 세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선생님께 드리는 사모의 시를 일곱편이나 썼을 정도다. 선생께서도 타계하시기
전 한상완 시인의 문집에 한 편의 시를 보내 주었다.
휘영청 달이 밝은 어느 여름날 밤, 문득 선생님이 사무치도록 그리워 쓴 시가 바로 '여름 보름밤의 서신'이다.
"그림자 짙은 / 치악 연봉 위에 / 홀로 뜬 / 보름달 / 그건 / 내 그린내의 / 환한 얼굴"이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선
결국 배달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립노라"하고 꼭 편지를 써야할것 같은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소프라노
진유정이 애절한 마음을 담아 '여름 보름밤의 서신'을 노래했다.
요즘 가곡 콘서트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중 하나가 최숙영 시인이 노랫말을 쓰고 이안삼 작곡가가 선율을 붙인
'가을 들녘에 서서' '그런 거야 사랑은'이다. 최숙영 시인도 해가음 고정 멤버다, 콘서트가 열릴때 마다 늘 참석
해 성악가들을 격려한다. 임긍수 작곡가의 '불꽃놀이'도 최숙영 시인의 작품이다.
▲ '위로'를 작사한 고옥주 시인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소프라노 이현정이 노래하는 '위로'를 듣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소프라노 이현정이 고옥주 시인이 작사한 '위로'를 부르자 관객들은 노랫말 한구절 한구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했다. “사랑할 때는 /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꽉 차오르던 마음 / 왜 한 외로움은 / 하나의 위로로는 턱없이
부족한 걸까 / 그래서 세상엔 사람이 넘쳐 나야 하지 / 가을날 사방 흩날리는 나뭇잎 / 나무가 저 많은 나뭇잎을
품었던 건 / 그만큼 외로웠음일까 /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 / 수북히 쌓인 낙엽 하나하나 / 언젠가 누군가
에게 사무치는 위로였다는 것이 / 나를 나를 노랗게 어루만지는 가을날 / 너를 알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보는 것
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뒤 그때 그 사람이 내겐 위로였다는 사실을 깨우친다는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위로'는 지금까지 주로 여성 성악가들의 애창곡이었지만 최근 바리톤 송기창이 남성버전으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색다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줘 앞으로 남성 성악가들의 머스트 해브 레퍼토리가 될 듯 하다.
▲ 서영순(왼쪽) 시인과 황여정 시인이 3일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영순 시인은 '우리의 사랑' '연리지 사랑'의 노랫말을 썼다. 황여정 시인은 '물한리 만추' 작사가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이안삼 작곡가와 호흡을 맞춰 '우리의 사랑' '연리지 사랑' 두곡의 노랫말을 쓴 서영순 시인은 며칠전 다시 새 노래
를 선보였다. 제목은 '월영교의 사랑'.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알려진 이응태 부부의 애틋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작사했다. '우리의 사랑'은 제1회 해가음에서 불려졌고, 노랫말이 아름다워 각종 음악회에 늘 빠지지 않고 연주된다.
'물한리 만추' '그리움'의 작사가인 황여정 시인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대구에서 왔다.
▲ 김정주(가운데) 아리수 가곡카페 대표가 3일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에서 소프라노 정선화(왼쪽)·바리톤 석상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가음 행사의 사회와 진행을 맡고 있는 김정주 대표는 '어느날 내게 사랑이'의 작사가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해가음 붙박이 사회자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김정주 대표는 '어느날 내게 사랑이'의 작사가다.
이 노래는 제3회 해가음에서 이미 연주됐고 최근 소프라노들이 프로그램에 앞다퉈 넣는 곡이다.
▲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가곡의 탄생' 북 콘서트 겸 제6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 참석한 '고향의 봄' 작사자인 이원수 시인의 장녀 이영옥 여사가 박수를 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출연자 전원이 이안삼 작곡가의 지휘로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을 피날레로 합창할 때 관객석에서 감격에 젖은
사람이 있었다. 작사가인 이원수 선생의 장녀인 이영옥 여사다. 이영옥 여사의 어머니이자 이원수 선생의 부인은
바로 동요 '오빠생각'을 작사한 최순애 여사다. "뜸북 쁨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라는
이 노래는 지금도 많이 불려진다.
공연을 마친 뒤 해가음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안삼 작곡가가 무대에 올라 200여명의 관객을 향해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음악회를 위해 힘쓴 작사·작곡가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음악회가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면서 “참석해주는 모든 분들께 고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상완 시인은 “아름다운 우리 가곡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많이 보급돼 널리 애창되고 이로 인해 우리 음악 예술이
활짝 꽃 피어났으면 좋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작사·작곡가들이 아름다운 한국 가곡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해설을 맡은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은 “끝까지 자리해주시고 박수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며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